부부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그 시작이 '사랑'이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신혼인 부부에게도, 중년인 부부에게도 현재 부부갈등으로 이혼의 위기에 있는 부부에게도 말이다.
그런데, 결혼생활을 한 해 한 해 더해가면서 언제부터인가 '사랑'이 아니라 '정'으로 산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내뱉거나 주변인들로부터도 자주 듣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마지못해 산다'고들 한다. 이런 말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 낸 '그저 그런 말'이라면 좋겠지만, 결혼생활의 실질을 보면 '그저 그런 말'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말이고, 높은 이혼율, 특히 황혼이혼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이들 현상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부부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 사랑 없이 사는 부부, 사랑을 대체한 '정'이라는 실체, '정'마저도 떨어지면 '마지못해 사는 현상'들을 보면서 부부로 살아가는 데는 꼭 사랑이 아니어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20대 부부는 서로 사랑으로 살고, 30대 부부는 서로 정신없이 살고, 40대 부부는 서로 미워하며 살고, 50대 부부는 서로 불쌍해서 살고, 60대에는 서로 감사하고 살다가 70대에 이르러서는 서로 등을 긁어주며 산다"라는 말도 부부로 살아가는 데는 꼭 사랑만이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님을 풍자하고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부부상담이나 이혼 사건을 경험하다 보면, 사랑 없이 살아왔다거나 사랑 없이도 살아 갈 이유가 있다면 같이 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듯이 그렇게 삶을 걸어 온 부부들이 꽤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부부가 애정, 즉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부부로서 살아가는 것에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이유'는 있돼,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 없는 부부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외도이다. 이유는 충족되었지만, 의미가 충족되지 않으니 외부에서 그 의미를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 및 행위. 이런 측면에서 '외도는 부부관계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부부들의 방황'이라고 할 수 있고, 그들을 필연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종착역은 바로 이혼이라는 역 외에는 없다.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사는 부부가 있고, 필요에 의해 붙잡고 살아가는 부부가 있으며, 또 마지못해 사는 부부가 있다. 부부가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또 무엇으로 살아가야 할지는 오로지 부부 각자의 선택과 결정에 달려 있겠지만 이왕 부부의 연을 맺었다면 그 여정에서의 선택지는 언제나 사랑으로 살아가려는 부부이어야 하지 않을까?
- written by realform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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